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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종로, 익선동 - 동남아, 커피합니다

종로, 익선동 - 동남아, 커피합니다



또 만난 ES씨, EJ씨와 오랜만에 보는 YR씨. 항상 장소 선정이 어려운데, 이번엔 '익선동에서 또 볼까요?'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수월하게 장소가 잡혔다. 조금 늦게 퇴근하고, 도착하니 식당은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거기다 길치인 날 배려해서 어떻게 오면 되는지 사진으로 하나씩 찍어주어서 하나도 안 헤매서 ㄳㄳ. 너무 늦으면 메뉴도 그냥 골라주라고 얘기했었는데, 마침 메뉴 선정할 때 합류해서 같이 고르게 되었다(하지만 같이 고르지 않았더라도 내 취향에 맞춰 고르고 있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주문을 하려고 직원을 불렀는데, 1인 1메뉴여야 한다고 했다. 스프링롤은 1메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2인용 기준이었던 팟타이랑, 이름 모를 볶음밥과 고기국수를 시켰다. 똠얌꿍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메뉴라서 제외되었다. 

메뉴는 스프링롤을 시작으로 하나씩 준비되었다. 개인적으론 스프링롤, 볶음밥, 팟타이, 고기국수 순으로 괜찮았다. 고기국수에서 고수를 빼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잊은 게 조금 컸던 것 같다. 스프링롤은 바삭하고, 부드러운 맛이 공존했고, 다음에도 또 먹어보고 싶은 맛이었다. 애피타이저로 꼭 먹어야 할 메뉴! 볶음밥은 태국식 특유의 상큼함은 별로 안 느껴지는, 기본 볶음밥. 이것만 먹으면 심심할지도 모르겠는데, 다른 메뉴랑 같이 먹기에 조합이 좋다. 팟타이는 내 입이 문제인지 그냥그냥 별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익선동은 먹으러 오는 것보다 예쁜 걸 즐기러 오는 게 더 크니까, 뭐. 대박 맛집 이라기엔 어딘가 좀 부족하지만 그래도 한 끼쯤 먹어도 괜찮은 정도의 곳이었다. 한옥 분위기도 너무 좋고, 입구쪽에 달아놓은 전등도 좋고. 무엇보다 태국음식점이라는 걸 잘 드러내는 '동남아'라는 이름도 귀엽다. 



2차는 커피. 익선동에서 분위기 좋은, 그러면서 조용한 곳을 찾기란 어려워보였다. 거기다 밤이 되면 커피보다는 맥주나 칵테일 위주로 메뉴가 재편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익선동을 돌다가 '커피합니다'라는 카페를 발견했다. 소규모의 2층 카페라서,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갔는데 운좋게 자리가! 



이곳에 들어선 순간 도쿄 나카메구로의 '사이드 워크 스탠드'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 멤버들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것. 메뉴를 주문하면서 맘 속으로 '커피 맛이 정말 좋았으면'하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드는데, 커피 맛이 별로면 못 올 것 같아서. 고정 메뉴인 카페모카를 시켰는데, 아주 성공적이었다. 최근 예쁜 카페들을 이곳저곳 돌고 있지만 내 입맛에 찾는 커피를 찾기 어려웠는데, 맛있었다. 익선동에서 커피를 마신다면, 다시 이곳으로 오고 싶다. 



커피도 마시고, 얘기도 하고 내려오는데, 계단에 커다란 개가 누워 있었다. 동물을 무서워해서 자고 있는 개 위를 지나가야 한다는 데에 식겁했지만, 이런 황당한 상황이 오히려 재밌게 느껴져서 이 카페가 더 좋아졌다. 가게 이름도 귀여운 '커피합니다' 번창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