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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도쿄, E호텔 히가시신주쿠(E Hotel Higashi Shinjuku)

도쿄, E호텔 히가시신주쿠(E Hotel Higashi Shinjuku) 



항공권을 끊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숙소에서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그냥 도쿄에 가고 싶었던 건데, 벚꽃 시즌하고 맞물리는 바람에 가격이 엄청 뛰어버린 것. 한달, 아니 일주일 뒤에만 예약했더라면 가격이 더 떨어졌을 건데, 비싼 돈을 주고 묵어야 하나, 아예 저렴한 호스텔로 가야 하나. 그러다 결국 호텔로 정했고, 위치도 고민하다가 일정상 신주쿠 지역이 편하겠다 싶어서 3성급인 E호텔 히가시신주쿠로 예약했다(신주쿠를 생각하면 약간 동선이 꼬이지만). 



부킹닷컴에서 봤을 때는 좀 낡은 느낌이 들어서 마지막까지 망설였던 이 숙소. 그래도 2015년에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도착했을 땐 깔끔했다. 호텔은 1층에서 계단 혹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2층으로 오면, 체크인을 할 수 있다. 체크인이나 체크아웃을 할 때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 붐빈다거나 하진 않아서 편했고, 늘 그렇듯 직원은 친절했다. 예약할 때 높은 층을 원한다고 했었는데, 반영되었는지 11층을 배정받았다. 



여행에서 숙소를 관광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이 호텔의 리뷰를 꼼꼼하게 봤었다. 일본 호텔이 대부분 좁음에도 불구하고, 더 좁다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처음 들어오자마자 그게 무슨 소린지 알 것 같았다. 일단 입구부터 좁아서 캐리어 2개를 겨우 놓은 느낌이었고, 제대로 펼치지도 못했다. 그래도 그 좁은 구석에 이것저것 있을 건 다 있는 게 오히려 신기했다. 침대도 푹신해서 좋았고, 바로 머리 위로큰 창이 있어서 그나마 답답함이 해소되기도 했었다. 



침대보다 더 심각했던 건 화장실. 일본에 여러 번 왔지만 정말정말 좁았다. 한 사람 겨우 들어가서 움직일 정도의 공간밖에 되질 않았다. 그마저도 잘못 움직이면 어딘가에 한번씩 부딪히게 될 만큼 좁았다. 그래도 각종 세안도구, 빗, 면도기, 칫솔 등 있을 건 다 구비되어 있어서 괜찮았다(여기서 시세이도 클렌징폼이 있었는데, 좋아서 나중에 돈키호테에서 냅다 샀다. 다른 제형인 것 같지만). 



지난번의 후쿠오카 여행에서 tv 없는 호스텔에 묵었다가 심심했던 기억이 있다. 뭐라도 소리가 나고, 쉬면서 볼 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적막하고, 할 거라곤 도무지 잠자는 것밖에 없었던 기억. 그래서 이번에 호텔을 고르면서는 tv도 나름 중요한 요소였다. 2성급의 다른 호텔은 tv가 없어서 패스했을 정도. 100%는 아니어도 얼추 예능하고, 드라마 보면서 무슨 얘긴지는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4일 동안, 나갈 준비하면서, 쉬면서 나름 알차게 봤다. 



호텔에서는 기본으로 드라이기, 전기포트, 차, 탈취제, 물이 제공되었고, 체크인하면서 카드키도 받았다. 나리타공항에서 신주쿠역을 거쳐, 이 숙소를 찾아오는 동안 신경을 너무 많이 썼는지 머리가 다 아파서 짐을 내려놓고 나서 약 하나를 먹었다(그후에도 날마다 먹었다). 동행인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고, 내가 얼마나 예민한 인간이었는가를 잘 알게 된 여행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대충 정리해놓고, 첫날인데 숙소로 끝내기는 아쉬워서 다시 나가기로 했다. 주변에 뭐라도 있나 하고 둘러볼 겸, 9시가 넘도록 저녁을 먹지 못한 상태라 가볍게 뭐라도 싸올 겸해서. 이 호텔에 먼저 묵었던 사람들이 얘기했던 대로 번화가인 신주쿠역이랑은 좀 벗어난 곳이라서 그런지 조용했고, 역도 가까워서 괜찮았다. 가까이에 커피숍, 편의점, 맥도날드, 코코이찌방야가 있고, 호텔 기준 좌측으로 쭉 걸어가면, 10분 내외에 돈키호테(신오쿠보점), 스시잔마이, 드럭스토어, 한식당 등이 있었다(무엇보다 돈키호테가 가까운 게 제일 좋았던 것 같은)

개인적으로 E호텔 히가시신주쿠는 몇 번의 도쿄 여행 중 베스트는 아니어서 다시 묵을 것 같진 않지만(다이몬 역 주변이 나을 듯), 다시 묵게 되더라도 나쁘지는 않을 정도의 호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