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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도쿄, 기치조지, 시모키타자와

도쿄, 기치조지, 시모키타자와


 


마메조에서 카레로 점심을 해결하고, 기치조지 산책을 했다. 큰길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가게들이 깔끔하게 들어서 있었다. 도쿄에 오면 어디에 가고 싶냐고 동생한테 물었었는데, 누나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말만 듣고 안 가본 기치조지에 가자 싶어 데려 왔는데, 동생도 이곳에 와서야 (진심으로) 맘에 들어했다. 신주쿠에 도착했을 때는 서울하고 똑같다며 별 느낌이 없던 것 같더라니. 



계획했던 건 아닌데, 봄이라 날이 좋았다. 4월 봄에, 한낮에, 도쿄에서 사진찍고, 얘기하고, 타박타박 걷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기치조지는 길 사이사이에 작은 골목길도 많았는데, 깔끔하고, 분위기 있어서 계속 서성였다. 살 생각은 없었지만 그릇을 파는 상점이라든가, 옷 가게라든가, 카페라든가 이것저것 구경할 게 많아서 생각했던 것보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릇이 꽤 저렴해서 고민했지만, 갖고 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지나갔고. 



느낌 있는 가게들이나 보면서 힐링. 같지는 않은데, 예쁜 상점들이 많아서 그런가 예전에 고베 기타노이진칸에 갔을 때의 생각이 났다. 매장의 느낌들도 그랬지만, 동네가 조용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보통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남을 찍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여행에 돌아와서 1000장이 넘는 사진들을 보는데 내 사진은 정말 몇 컷 되지 않았다. 그걸 보고 내가 갔다왔다고 말만 안 하면 다녀온 줄도 모르겠다, 싶었다. 모든 여행에 '여기 다녀옴' 같은 인증은 몰라도, 뭔가 기억이 될 만한 사진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나. 이런 얘길 했더니 동생이 이번엔 '누나 사진 많이 찍어줄게'라고 했다. 하지만 파파라치처럼 찍어대는 나한테는 쨉도 안 되더라. 



마메조 이후의 일정은 마가렛호웰이었다. 작년 도쿄여행 때 EJ씨 덕분에 알게 된 곳인데, 확실히 핫플로 뜨는 곳이었다. 1층에선 식사와 커피를 팔고, 2층에선 옷, 신발, 가방 등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려고 했는데, 배가 불러서 먹지 않았고, 2층만 구경하기로 했다. 원래는 마가렛호웰 에코백을 사볼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에코백 가격이 왜 이러는 거죠? 국내 블로그에선 얼마인지 알 수가 없어서 갔더니, 세상에 마상에. 사려면 살 수도 있는데, 에코백에 그 돈을 지불하기엔.. 예쁘지만 사요나라. 



블로그로 기치조지를 찾아봤을 때 나오던 공원. 작은 학교 운동장 만한 정도의 크기. 마가렛호웰 앞에 있어서 매장 안에서 여유롭게 책 읽고, 커피 마시고 하면서 바깥을 바라보면 꽤 여유로운 그림이 나올 것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공원 맞은편에는 '하라도넛'이. 가이드북에서 봤던 터라 맛이 궁금하긴 했는데, 배가 불렀다. 맛집은 많은데, 먹질 못해서 안타까움. 맛있겠지. 



기치조지에서 점심 먹고, 여유 좀 즐기다가 우리는 다음 일정인 시모키타자와로. 안녕, 기치조지. 




기치조지와 시모키타자와를 분리하지 않고, 한번에 포스팅을 한 이유가 있다. 별로 얘기할 거리가 없어서다. 

여행 일정을 짜면서 시모키타자와란 곳을 알았는데, 그곳이 바로 구제 쇼핑의 명소라 했다. 어떤 이는 원피스를 3천엔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길래, 그럼 살 만하네~ 하고 갔는데, 웬걸. 블로그에 소개된 곳으로 갔는데, 가격은 3천엔 이상이 기본(3천엔대도 별로 없던 기억). 거기다 패피 아니면 소화하기 어려운 아이템이 너무 많았다. 몇 개의 구제숍을 갔다가 실망하고, 중고서점에 들러서 잠깐 구경도 했지만 시모키타자와는 결국 버리기로 했다. ㅠㅠㅠ 



예정대로 안 되면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나란 닝겐. 길 한복판에서 '이젠 어딜 가야 되지?'하고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결국 일정을 좀 앞당겨서 이제 도쿄만 왔다 하면 가는 '아사쿠사'에 또 가기로 했다. 첫 도쿄 여행으로, 일본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는 동생에겐 여기 만한 데가 없는 것 같아서. 올 때마다 가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좋으니 다음 목적지는 아사쿠사, 너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