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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도쿄, 롯본기 모리미술관

도쿄, 롯본기 모리미술관



지하 푸드코트에서 라멘을 먹고 나왔더니 이런 모습. 조명이 밝혀진 롯본기힐즈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카메라에 단번에 잡히지 않는 높이를 자랑하는데, 이렇게 멋진 곳을 왜 이제야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주변에 분수라든가, 조각상도 있어서 둘러보거나 기념촬영을 하기에도 좋았다. 



이곳에서 전망대만큼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바로 이 거대한 거미조형물 마망. 대형청동거미상으로 2010년 타계한 루이즈 부르주아가 만든 작품이란다. 쌩둥맞게 거미가 이곳에 왜 있으며, 왜 하필 이 흉물스러운 거미인가 싶었으나 그저 조형물이 크고, 세워진 게 신기했다. 가이드북에서 봐왔던 거라 반가웠던 거미. 



전망대를 보러 가려고 길을 물어물어 입구를 찾았다. 그런데 처음 길을 물었을 때 어떤 경비원이 '마블'이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전망대는 못 본다고. 아니 왜? 나는 하나투어에서 미리 전망대+모리미술관 티켓까지 구매해왔는데 왜 안돼? 라고만 생각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일단 전망대를 향해갔다. 역시나 이곳에서도 오늘은 전망대를 볼 수 없다고. 날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왜 못보나 했더니 마블전시회를 위한 전야파티를 하고 있다고. 생각도 못했던 마블 파티 때문에 전망대는 포기해야 했고, 겨우 티켓을 가져왔으니 미술관은 볼 수 있냐 물으니 미술관은 가능하다고. 



메인이었던 전망대를 포기하고, 덤이었던 미술관이 메인이 된 상황.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고 현실에 순응하기로 했다. 그래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렸더니 어떤 남자가 어느 공간으로 안내하는 게 아닌가. 뭔지도 모른 채로 들어갔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 알고 보니 여기는 파티 장소. 뒤늦게 우리는 전시회를 가려고 한다고, 얘기해서 빠져나와 한 층 위로.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던 모리미술관. 무슨 주제인지는 모르지만 인도 작가의 전시였던 걸로 기억. 이곳은 내게 메인이 아니었고, 티켓을 버릴 수 없으니 들어왔던 것으로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놓고, 그냥 슥- 돌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품 수도 많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스탬프도 있어서 은근 재미났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가능하다는 허락을 받고 찍었던 사진들. 야경을 못봤던 아쉬운 마음을 여기서 많이 달랬다. 어떤 의도로 그린 것인지는 일일이 살펴보지 않았지만 그냥 동생하고 돌아다니면서 그림에 대한 느낌을 얘기하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미술관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작품이 그림에만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소품, 조각들 여러 가지가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어떻게 저런 걸 만들었을까, 하는 압도적인 작품들도 많았고. 생각보다 분리된 공간이 되게 많아서 돌아보는 데에 은근 시간이 많이 들기도. 이 전시에서 내 마음을 끌었던 건 스탬프. 공간마다 여러 가지 스탬프가 있어서 가져갔던 스케줄러에 요렇게 쾅쾅. 이런 건 오래 남으니까 좋다. 그리고 제일 귀여웠던 원숭이 작품. 최고의 포토스팟이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전시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고, 지금 생각해도 기억이 많이 남는 곳이었다. 야경은 비록 파티 때문에 가려져 있어서 볼 수 없었지만, 도쿄에 또 오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거고, 전시는 이런 기회가 없으면 딱히 볼 생각을 못했을 거라 좋았다.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사진도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정리하느라 죽는 줄. 롯본기힐즈가 그려진 티켓도 너무 예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