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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식당, 카페

강남, 규카츠 이자와(いざわ)

강남, 규카츠 이자와(いざわ)



라섹 수술을 하고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강남에 가야 했다. 하지만 눈 검사는 핑계고, 실은 규카츠가 강남行의 목적이나 다름없었다. 강남역 5번 출구에서 천천히 걸어 CGV를 지나서, 골목길에 있던 규카츠집 이자와. 럭키하게도 마지막 남은 자리를 잽싸게 우리가 앉을 수 있었고, 그다음부터는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가게는 좁았는데, 테이블이 워낙 2인 음식 겨우 올려놓을 정도로 작아서 테이블간 간격은 나름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메뉴는 규카츠 말고도, 스테키동, 돈토로덮밥(항정살 덮밥) 같은 메뉴도 있었는데, 원래의 목적을 지키기로. 규카츠 1인분은 160g, 12,000원, 더블은 250g, 20,000원. 음료를 같이 시킨데다 맛이 어떨지 모르니 1인분만 기본으로 시켜보기로. 맥주랑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수술한 지 얼마 안 되니 자제하고 콜라를 마셨다. 못 먹는 대신 임뚱이 마실 맥주는 내가 골라서 아사히. 



그러고 나서 기다린 끝에 나온 규카츠 1인분. 소스는 간장하고, 겨자였던 것 같고. 규카츠는 기본 샐러드랑 같이 한 접시에 나오고, 밥이랑 뚜껑이 덮여 보이지 않는 된장국. 그리고 옆에는 같이 구워먹을 수 있도록 화로를 준비해주었다. 주변에서 최근에 규카츠가 맛있다는 소릴 엄청 들었고, 또 일본에서도 인기로 알고 있어서 먹기 전부터 엄청 기대기대. 



그치만 기대가 컸던 건지, 명성에 비해서는 사실 좀 많이 아쉬웠다. 된장국은 안에 두부 하나 없는, 정말 물하고 조미료만 들어간 듯한 밍밍한 국이었고, 음식은 일단 빨리 흡입하고 보자는 나하곤 맞지 않는 넘나 슬로푸드인 것. 한두 개 얹어놓고 세월아 네월아 하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우리가 각 세 점 정도씩 남아 있었을 때였나 화로가 다 돼서 음식이 익는 속도가 정말 너무 느렸다. 고기라도 많이 있으면 화로라도 바꿔달라 하겠지만.. 애매한 세 덩이. 



요렇게 투덜거린 것 치고는 결국 남기는 것 없이 다 먹긴 했다만, 돈카츠도 아닌 것이, 소고기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음식이었다. 내가 생각할 땐 SNS 타고 잠시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곤 강남, 의정부, 교대 등 빠르게 체인이 생겨버렸네. 그 옛날 열풍이었던 치즈등갈비처럼 끝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보는 중. 임뚱하고 나는 기대했던 것보단 여튼 그저 그래서 이왕이면 소고기를 먹는 게 낫겠다고 합의 봄. 어느새 입맛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지, 입맛이 더 까다로워진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