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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무라카미 하루키

과연, 무라카미 하루키



최근 베스트셀러 1, 2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 1, 2>가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정식 출간도 되지 않았고, 예약판매로만! <1Q84>로부터 7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로부터 4년 만이다. 전작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예약판매로만 30만 부를 찍어둔 상태고, 예약판매량의 최고치를 찍었다고 했다. 신작에 따라 덩달아 다른 하루키의 책들도 판매가 늘고 있단다. 하루키의 신간을 찾는 독자층은 30-40대로, 평균연령이 37세로 지난번과 비교하면 조금 연령대가 높아졌다고 한다. 즉, 하루키의 고정 팬들이 성실하게 구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근작들의 애매모호한 제목과는 달리 '죽이기'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들어가는 바람에 국내에 들어오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고 들었다. 난징대학살의 이야기도 담아내 일본 내에서도 이슈였다고. 어디선가 들은 얘기들뿐이지만, 일본에서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대대적인 광고와 현수막으로 도배를 했었다고 한다. 거장은 거장인지라 우리나라에서도 서점에 탑처럼 높이 세운 모습이 당당히 전파를 탔다. 냈다 하면 판매가 확실한 몇 안 되는 작가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이 책은 문학동네의 몫으로 돌아갔다. 다른 데서 나오는 게 더 이상할 것 같다. 



 


하루키의 신작에 묻어가기 위해선지 갑자기 하루키의 책들이 변신을 시작했다. 신상품 순으로 온라인서점에 검색했더니, 가장 위에 <기사단장 죽이기>가 아닌 <잡문집> 라임에디션과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 개정판이 올라왔다. 두 책 모두 비채의 것이다. 하루키가 잘 팔릴 시점에 미리 준비해두고, 재빨리 풀어내는 영민함. 뭐라 욕할 게 아니라 이런 건 배워두어야 한다. 아마 이것도 영향을 받아서 잘 팔리겠지. 


이렇게 길게 써두어서 하루키빠는 아닌가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소설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끝이고, <상실의 시대>는 매번 다른 책들에 밀리고 만다. 읽겠다는 다짐만 벌써 몇 번째인가. <기사단장 죽이기>는 읽을 마음도 없다. 다짐해봤자 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길게 썼냐면, 이렇게 쓰다보면 출판계를 좀 더 잘 알지 않을까 싶어서. 어쨌든 첫 번째는 하루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