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출판일상

[편집자노트] 파주가 좋다

[편집자노트] 파주가 좋다


잠시 방황기를 거쳐, 다시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고 한달. 일하면서 가장 '잘 돌아왔네!' 하고 느낄 때는 외근을 갈 때다. 서점에서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거나 파주인쇄소에 들러 기사님들의 노련한 모습을 바라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좋아하는 출판사 대표님을 만나뵙거나. 책도 좋지만, 책을 둘러싼 사람들도 좋아해서 이런 시간들이 '놀이'만큼 좋다. 그런데 이러면서도 돈을 벌고 있다니, 횡재 아니냐. 



1. 파주 인쇄소 

파주에서 (흠모했던) S출판사 대표님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이동하는 김에 신간 감리도 함께 보기로 하고, 파주 인쇄소로 다같이 갔다. 이번 신간은 제주의 오래된 집을 고쳐서 게스트하우스를 만든 부부의 에세이. 직접 편집했던 책이 아니라, 멀리서만 훈수. 보통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날 종이 주문에 실수가 있어서, 새로 주문해야 했다. 시간은 좀 더 걸렸지만, 마음에 드는 종이로 마무리.  



2. 파주 창고 

감리 팀을 남겨두고, 팀장님과 대표님과 함께 창고로 이동했다. S출판사 대표님을 만나뵙기 전에, 스티커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원체 단순노동도 좋아하고, 오랜만에 하는 스티커 작업이라서 신나게 했다. 작업할 책도 별로 없었고, 셋이서 빠르게 작업해서 30분 만에 끝이 났다. 스티커 붙이는 동안, 간간이 카더라~ 하는 출판사 얘기도 듣고, 재밌었다. 



3. 파주출판단지, 미메시스아트뮤지엄 카페 

창고를 떠난 후엔 S출판사 대표님과 직원 분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제기동엔 먹을 데가 없는데, 파주는 맛있는 집이 많은 것 같다. 보통은 엄청나게 붐빈다는데, 휴가철이라 오히려 여유 있게 먹었다. 점심 땐 먹는 데 집중하느라, 느긋하게 대화하기 위해 (예쁜) 카페로 향했다. 파주에 여러 번 오갔어도 이렇게 예쁜 데서 마셔본 건 처음이라, 회사 충성심이 +1 올랐다. 자리를 잡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S출판사의 이야기도 듣고, 외서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결국 편집자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면 잘될 것이다. 



실은 난 S출판사 대표님의 팬이었다(앞에선 말씀도 못 드렸지만). 우연히 S출판사의 책을 한 권 읽었고, 그 책이 너무 좋아 같은 출판사의 출간목록을 훑었는데, 전부 좋았다. 이 출판사 어디지? 하고 서치를 했더니, 1인 출판사였다. 결국 편집자 혼자서 이 책을 다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S출판사 대표님을 흠모했는데, 알고보니 지금 대표님의 선배님이라셨다. 팬이라는 내 얘길 들은 대표님께서 자릴 마련해줬던 것이다. 만나기 전에는 혹시 환상이 깨질까봐 (조금) 무서웠다. 마음으로 따르고 있었는데, 아니면 어떡하지 하고. 그런데 실제로 뵌 대표님은 프로 중의 프로였다. 딱 필요한 말만 하시고, 메일로 따듯한 격려도 주시고, 잊어버릴 수도 있는 부탁도 들어주셨고. 책에는 만드는 사람의 결이 들어 있는 게 틀림 없다. 책은 편집자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