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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출판일상

[편집자노트]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책 구입법

[편집자노트]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책 구입법


보통 독자들은 어디서 책을 사는지. 나는 온라인보다는 주로 오프라인에서 사는 편이다. 구입할 책은 먼저 온라인으로 접한 후, 최종 구매 결정을 하기 위해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것이다. 10%할인에 적립금까지 주는 온라인을 마다하고, 직접 책의 실물을 보고, 만져보고, 한 꼭지쯤 읽어보고 그런 후에도 마음에 들면 사야겠다는 마음을 굳힌다(심지어 아직도 바로드림 서비스는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종종 온라인서점을 이용하지만 그럴 땐 책을 구입하면 같이 껴서 주는 사은품에 혹 했다거나, 당장 급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없거나, 이미 서점에서 여러 번 보고 찜해두었던 책인 경우가 많다. 



(사진) 옛날에 찍은 사진을 또 어디서 꺼내왔다. 홍대 땡스북스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그러면, 읽고 싶은 책은 주로 어떤 경로로 발견하고 있을까? 심심해서 한번 정리해봤다. 



1. 서점의 광고를 보고 혹해서 

분명 출판사의 상술임이 분명한데, 알면서도 당하는 게 바로 광고다. 오프라인 서점의 화려한 POP, 보란듯이 책이 쌓여 있는 매대, 온라인서점 검색창에 뜬 죽이는 한 줄 카피, 혹은 팝업창, 온갖 미사여구로 꾸며놓은 배너들. 광고로 맞닥뜨리지 않았다면 몰랐어도 되었을 책인데, 호기심이 생기고 결국 구입하게 되는 무한루트!   


2. 지인이 추천해서

아무래도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니까, 가까운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다. 각자 취향도 다양한데다, 갓 나온 신간들에도 빠삭해서 괜찮은 책들을 자주 추천받는다. 이미 구입단계에서부터 수준 이하의 책들은 거르는 눈이 있는 사람들이라 웬만하면 기본은 한다. 이 외에도 책을 자주 읽는 블로거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책들도 괜찮다. 


3. SNS를 하다가 무심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 콘텐츠 등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인스타그램은 책을 잘 내는 출판사들을 팔로우하고 있어서, 신간이 나오면 곧바로 알게 된다. 여기에 감각적인 문구랑 사진이 자꾸자꾸 올라오니까 어느새 그 책이 내 손에 있는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은 '책끝을접다', '열정에기름붓기' 같은 페이지를 통해 재밌는 책소개를 접하고 있다. 이미 읽은 책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맛깔나게 카드뉴스를 만들어냈는지 항상 신기할 정도. 책을 안 읽던 사람도 이 콘텐츠들만 보면 책이 읽고 싶어진다고. 네이버는 책문화판, 명사의 서재 같은 걸 통해 돈 안 되는 '책'을 위해 애썼다. 신간미리보기, 구간다시보기, 북큐레이션, 심야책방, 오디오클립 등 다양한 콘텐츠들을 모아 제공하는데, 어느 순간 딱 꽂히는 책이 생긴다.  


4. 읽고 있는 책에서 언급해서 

책을 읽으면, 그 속에 인용문이나 참고문헌이라든가, 저자가 직접 추천했다거나 하는 책들이 종종 있다. 책까지 써낸 저자가 언급한 책인 만큼, 나름 (재미나 의미가) 보장된 책일 확률이 높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가 언급한 책일 경우, 저자의 가치관이나 책 취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 따라서 사게 된다. 


5.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가지치기로 

책을 읽다 보면 팬심이 생기는 작가가 있다. 내 경우 마스다 미리, 히가시노 게이고, 한수희, 미나토 가나에 정도가 있는데, 이들이 출간한 책은 꾸준히 사게 된다. 일단 내 맘에 드는 책을 냈던 저자는 다른 작품에서도 그 느낌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고, 외서의 경우, 저자의 출간리스트가 좀 있는 편이고, 거기다 어느 정도 재미가 보장되는 작품 위주로 국내에 발간되기 때문에 볼만하다. 좋아하는 작가가 많을수록 읽을 책은 많아지기 때문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는 더 이상 고민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