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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하와이, 라니아케아 비치(Laniakea Beach, 터틀 비치)

하와이, 라니아케아 비치(Laniakea Beach, 터틀 비치)



지오반니 새우트럭으로 허기를 달래고(맛은 없었지만), 다음으로 찾은 곳은 터틀 비치, 즉 거북이 비치로 유명한 라니아케아 비치였다. 실은 여행을 준비할 땐 잘 몰랐던 곳이었고, 하와이에 와서 급하게 읽은 가이드북으로 알게 되었다. 노스쇼어에 가면 놓치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라고들 했다. 와이키키에서 나름 시간을 들여 왔는데, 달랑 새우만 먹고 가긴 아쉬워서 책을 따르기로 했다(가이드만 없지 패키지 아니냐). 새우트럭에서 약 20분 내외로 도착하는 멀지 않은 곳이다. 해변 근처에 도착하면 차가 늘어서 있으므로, 눈치껏 세우면 되는 것 같았다. 



네 달이나 지난 여행의 포스팅을 쓰려니, 해변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아 블로그를 검색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찍어온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랑 같은 곳을 다녀온 게 맞는 건가 싶을 만큼 수준급의 사진들. 내가 찍은 게 극히 현실에 가깝다는 거 아니겠냐며 위안하고 있지만, 입 다물면 여기가 강릉인지, 제주인지, 하와인지 모를(하와이예요, 여러분)



라니아케아 비치는 하와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바다인데, 묘하게 빠져들게 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바다 자체로는 그렇게 특색 있는 곳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마 바다가 온전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물,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이 가까운 구름, 무엇보다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여유로운 분위기. 

이 해변의 진가는 사실, 터틀 비치라는 필명이 있는 만큼 거북이가 있다는 것이다. 널린 게 거북이인 줄 알았는데, 이것도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엄청 기대했던 건 또 아니어서 쉽게 포기하고, 하와이에서 첫 발 입수에 의의를 뒀다.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서 한참을 바다를 바라봤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닌지, 다른 사람들도 쉽사리 떠나질 못하는 듯. 그러다 사람들이 갑자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바위를 옮겨다닌다거나 카메라를 갑자기 치켜든다거나. 뭐지? 하고 있는데, 임뚱이 거북이가 보인다며 손으로 가리키기 시작했다. 얼른 거북이를 찍어야겠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는데, 얘가 자꾸 고개만 살짝 내밀다 사라졌다. 결국 얻어걸린 사진이란 게 세 번째 사진인데, 아무도 저게 거북이인 줄 모르겠지.. (숙연)



아쉽게 제대로 사진은 못 찍었지만, 운 좋을 때나 볼 수 있다는 그 거북이를 우리는 만났다. 차를 타러 다시 올라가는 길에, 구도 따위 개나 주고 찍은 멋 없는 사진에 찍힌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거북이를 만져서도, 먹이를 줘도 안 된다고. 거리도 3m 정도 사이를 두고, 육지에서나 물 속에서 방해해서도 안 된다고. 가까이 볼 수 없어서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 경고였지만, 거북이가 뭍으로 올라왔을 때 다른 이들이 지키라는 건 지켰음 좋겠다. 나 하나쯤이야, 하지 좀 말고. 



라니아케아 비치(터틀 비치)

주소 : 574, 61-574 Pohaku Loa Way, Haleiwa, HI 96712 미국

홈페이지 : liveinhawaiin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