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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라플라스의 마녀》 - 히가시노 게이고

《라플라스의 마녀》 - 히가시노 게이고



뭘 읽어도 왠지 집중이 안 된다 싶을 때 읽으면 가장 좋은 책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다. 내가 언제 집중을 못 했었나 싶게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아주곤 한다. 사진은 서점에서 찍었지만, 실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가 읽었다. 블로그에 올리기엔 책이 너무 너덜너덜해서(그의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도저히 올릴 수가 없었달까. 도서관에 구비된 책은 웬만한 것들은 이미 본 상태였고, 그나마 최근작이면서 보지 못한 것이 <라플라스의 마녀>였다. 분량이 다소 부담스럽긴 했지만, 어차피 읽을 거라 언제 읽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30주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런 고로, 앞표지에는 '30주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뒤표지에는 '30년 미스터리를 모조리 담았다'고 적혀 있는데, 책을 다 읽으면 나오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좀 더 세밀하게 전해진다.

데뷔 후 30년 동안 80권의 책을 써내려 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출간작을 살펴보면 '가족', 'SF', '복수극' 같은 주제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그중 SF에 묶이는 부류로,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계열에서 가장 좋아하지 않는 부류이기도 하다(물론 그것마저도 재밌지만). 헌데 이 작품은 SF 포함, 가족, 복수 등 모든 키워드를 총망라했다는 게 특이하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십대 소녀인 마도카가 토네이도로부터 엄마를 잃은 사건에서 시작한다. 당시 그녀의 아버지는 천재 뇌과학자로, 한 소년의 수술을 집도하느라 화를 면하고, 몇 년이 흐른다. 어느 날 전직 경찰 다케오는 마도카를 경호하는 업무를 의뢰받고, 질문은 하지 말라는 독특한 주문을 받는다. 그러는 사이 마도카가 보통 소녀가 아님을 어렴풋이 짐작한다. 

그와 동시에 어느 온천지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영화 프로듀서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의문의 편지로 경찰은 그의 젊은 아내를 용의자로 의심한다. 곧이어 또 다른 온천지에서도 황화수소 중독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두 곳의 현장 검증을 맡은 아오에 교수는 이를 단순 사고로 처리한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그 두 현장에서 마도카를 발견하고, 어쩌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아오에 교수와 마도카, 형사 등 주요 인물들은 사건 속으로 휘말리게 된다.  


이 책의 제목 <라플라스의 마녀>는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가 고안한 가설 속에 존재하는 인물인 '라플라스의 악마'에서 따왔다. 그 가설은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이것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 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이 가설로 뇌 수술을 받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 두 남녀의 비극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장황하게 썼는데, 실은 '재밌다'라는 세 글자 말로도 충분한 내용이다. 쓸데없이 말이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