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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Day 2. 후쿠오카 - 다자이후 텐만구 (1)

Day 2. 후쿠오카 - 다자이후 텐만구 (1)



둘째 날, 후쿠오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가고 싶었던 다자이후에 도착했다. 점심즈음엔 관광객이 많아서 붐빈다는 얘길 들었는데, 타비토 시간에 맞춰 10시쯤 갔더니 생각보다 한산했다(부딪히지 않고 편히 걸을 만큼). 다자이후역에서 나와서 왼쪽으로 크게 꺾으면 이 상점가가 나오는데, 안내해주는 분들도 많고 모두가 한방향으로 움직여서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일기예보가 내내 비로 표시되어 있어서 제껴야 하는 것인가 고민했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이번 여행 동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다. 보통 다자이후 텐만구는 2시간이면 다 돌아본다는 얘기를 하던데,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무려 4시간이 넘게 이곳에 머물며 쉬이 떠나지 못했다.  



양쪽에 상점이 들어찬 거리 가운데에는 도리이가 일정 간격을 두고 세워져 있다. 일본에 왔음을 실감케 하는 표시라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고, 나도 도리이 하나를 지날 때마다 꼭 찍어두었다(사람이 지나가지 않을 때가 없었지만). 마지막 도리이 부근에선 스님(?)인지 특이한 옷차림을 하고 있던 분도 있어서 잠시 구경도 하고. 



이렇게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열중했던 건 다름 아닌 스탬프. 얼마나 열중했냐면 놓친 명소가 있어서 왔던 길을 다시 되걸었을 정도. 지도에 명시된 스폿의 스탬프를 다 찍으면 모찌 2개를 준다고 했지만, 그게 없었어도 사수할 만큼 너무 재밌었다. 사진은 그 코스 중 하나였으나 빼먹고 갔던 다자이후관. 안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스탬프만 찍고 발을 돌렸는데, 알고 보니 내가 가고 싶었던 '카레집'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당시엔 몰랐다. 



스탬프를 찍고서 왔던 길을 따라 마지막 도리이를 지나면 다자이후 텐만구의 상징인 소 동상을 만날 수 있다. 다자이후 텐만구는 학문의 신인 스가와라미치자네(菅原道真)를 모시는데, 그가 죽었을 때 유해를 싣고 가던 소가 움직이지 않자 그 자리에 유해를 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렇다 보니 이 소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찍어줄 사람도 없거니와 기다리는 질색이라 멀리서만 바라봐야 했다. 해태를 닮은 동상도 보고, 큰 도리이를 지나면…. 



빨간 다리 '다자이후 텐만구 타이코교'가 보인다. 줄곧 도리이만 보다가(그것도 좋았지만) 새빨간 다리의 건널 때 뭔가 또 다른 풍경이 보이는 구나, 싶어서 굉장히 설렜다. 참고로 이 다리를 돌아보는 건 과거에 연연한다는 의미이므로 걷는 동안에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풍경이 너무 예뻐서 참지 못하고 몇 번을 돌아봤다. 초록초록한 나무들에, 분수가 있는 연못,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느낀 봄기운에 손을 가만두지 못하고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오길 잘했어, 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길 오지 않았다면 혼자 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진 못했겠지 싶다. 그만큼 다자이후 텐만구는 후쿠오카에 있는 동안 가장 애정했던 곳이라 앞으로 몇 번을 나눠서 포스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겨우 그 첫 번째 이야기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