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출판일상

[편집자노트] 일하다가 이것저것

[편집자노트] 일하다가 이것저것



1
체감 우리 직원들의 90%는 애용하는 것 같은 회사 아래 단골 카페. 금요일마다 같은 팀끼리 점심을 먹는데, 사무실로 바로 돌아가긴 왠지 섭섭해서 다같이 카페로. 각자 취향의 커피를 고른 다음엔, 점심 한정 수다를 떤다. 모두 '책'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라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 요즘엔 뭐가 좋은지, 다른 출판사의 일하는 방식이 어떻다든지가 이야기의 주를 이룬다. 일 얘기뿐이라 다들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 


2

마감하고 쉴 틈 없이 곧바로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중이라서 그런지 스스로 정신이 없구나를 아주 잘 느끼는 요즘. 온몸에 '정신없음'을 드러내는 징표를 매일 하나씩 새기고 있다. 사진이 바로 그것. 손바닥과 손목에 빨간 잉크가 예술이네. 허허. 한 번 실수로 '툭' 생긴 모양도 아니고, 여러 번 그어져 있는데 매번 상황이 종료되고 뒤늦게 발견하는 게 아이러니하다.  


3

프라하 가이드북에 이어 곧바로 신간이 또 나왔다.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말 잘하는 법>(줄여서 '사기법'을 밀고 있음)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만 하면 너무 떨리고, 도망치고 싶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서. 신간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또 기획부터 편집까지 온전히 해본 첫 외서라서 책이 나오자마자 신나서 집에 가져왔다(몇 년 동안은 집에 책이 많아서 안 가져왔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사진까지 흔들려버렸네. 



내 생일까지는 아직 며칠이 더 남았는데, 회사에서 미리 케이크를 준비해줬다. 촛불을 불기 전 핸드폰을 찾았지만 어디다 뒀는지 끝내 찾질 못하고, 다 끄고 커팅할 쯤에야 되찾아 사진은 이런 것밖에…. 좋아하는 티라미스가 없어서 덜(안) 좋아하는 고구마 케이크였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지만, 잘 먹었다. 


편집부 회의 사진. 이런 게 아니라 실은, 좀 더 평화로운 분위기를 원했는데 느낌 있는 사진이란 너무 어렵다. 오늘의 회의는 일정부터 기획, 개정 방향까지 3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만큼 신경 쓸 게 많(겠)지만, 앞으로를 위해서 꼭 필요했던 시간이어서 '날 잡은 김에'라는 마음으로 길게 할애했다. 오늘로서 확실히 느낀 건 내가, 그리고 내 주변사람이 '이게 좋은가?' 하고 갸웃거려지는 것이라면 독자들도 똑같은 반응이 나오기 쉬울 거라는 것. 너무 치우치지 않되 내가 옳다는 방향을 고수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