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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출판하는 마음》 - 은유

출판하는 마음 - 은유



언젠가 기사로 <출판하는 마음>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심플한 그림의 표지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그저 출판인을 위한 책이라는 것에 끌렸다. 보통 책은 독자들에게 '작가'가 부각되기 마련이고, 책 뒤의 수많은 이들의 노력은 감추어진다. 개인적으로 편집자 일을 하면서 부각되길 바라는 마음은 없지만, 정말 만드는 이들이 꽁꽁 숨어 있다 보니 대체 다른 출판사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출판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거나 sns를 통해 알음알음 정보를 얻곤 했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출판인 10인을 인터뷰한 이 책을 만났다. 우연히 들어간 작은 책방에 보란듯이 이 책이 놓여 있었는데, 다른 어떤 책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평소 마음에 둔 책이기도 했고, 실물로 보니 예뻐서 도저히 안 살 수가 없었다. 

책에는 출판편집자, 북디자이너, 책방주인, 온라인 서점 MD, 출판마케터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인터뷰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한 책에 출판계의 다양한 인물들을 묶어놓은 것은 처음봤고, 아무래도 신간이어서 현실과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저자와의 관계와 편집자의 권한, 디자이너의 역량, SNS 마케팅의 중요성, 최소제작비를 지키려는 제작자의 일, MD의 속마음 등 대충 안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실은 이렇구나, 하고 새로 깨닫는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작업하면서 크고 작은 갈등 속에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건가?', '내가 오히려 일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도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떨칠 수 있었다. 또, 각자의 자리에서 애정을 갖고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10인을 보면서 너무 멋져서, 그 마음들을 배우는 시간도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은유' 작가인데, <쓰기의 말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를 썼던 그 저자라는 건 뒤늦게 알았다. 저자의 책은 알고는 있었지만, 읽는 건 이번이 처음. 확실히 글쓰기에 관한 책을 냈던 만큼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인의 일이나 에피소드는 달라도 인터뷰라는 동일한 상황에서 각각 다른 글을 쓰기가 어려웠을 텐데, 아주 재밌게 풀었다. 인터뷰집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잠 대신 책을 택했을 정도로. 저자의 다른 책까지 궁금해지게 만든, 잘 만들고, 의미 있는 책이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책값은 조금 비쌌지만 충분한 퀄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