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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성수연방 재방문기 :: 띵굴스토어, 피자시즌, 아크앤북, 천상가옥

지난 토요일, 남양주에서 몸소 성수동까지 친구가 놀러왔다. 멀리서 온 만큼 좋은 곳에 데려가고 싶었는데, 날씨가 우중충하더니 비까지 쏟아졌다. 하는 수 없이 최소의 동선으로, 나름 핫플로 떠오른 성수연방을 데려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임뚱하고 다녀오긴 했는데 어차피 천상가옥도 못 가봤으니 또 가도 상관없었고, 띵굴스토어처럼 소품 맘껏 구경하는 공간은 몇 번을 가도 좋으니 괜찮았다. 

 

그렇게 성수연방에서 제일 먼저 들른 띵굴스토어. 요리도 안(못) 하면서 주방 용품엔 왜 이렇게 혹 하는지. 깔끔하고, 예쁘고, 단정한 소품들이 너무 많았다. 밥통으로 밥도 안 해먹는데, 나무주걱 왜 갖고 싶고, 숟가락+포크 요즘 너무 탐나고, 그냥 이 자체를 집으로 옮겨 오고 싶었다. 엉엉.

주방 코너를 다음 공간별로 차근차근 구경을 했다. 지난번에도 왔어서 공간이 새롭진 않았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면서 확실히 물건들이 가볍고 밝아진 느낌이 있었다. 또 와도 볼 게 많다는 얘기. 

 

돌아다니면서 혹시 잊을 새라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무인양품 때처럼 찍어두었다. 철제바구니, 하얀 반찬통, 적당한 크기의 깔끔한 흰 머그잔. 

 

스테인리스제품도 요즘 너무 이뻐보인다. 평소 잘 쓰지 않는 크기의 냄비지만, 손잡이가 가는 게 멋스러워서 찍어두었고, 이것저것 음식을 담아서 먹을 수 있는 스테인리스볼도. 요즘 카레나 시리얼 같이 음식을 크게 담아서 먹는 볼이 정말 땡긴다. 스테인리스가 좋을지, 우드가 좋을지 몰라서 계속 구경만 하는 중. 냄비받침은 우드로 사고 싶었는데, 겨우 발견했다. 색이나 두께, 크기는 다 맘에 드는데 귀여운 식빵 모양이 걸려서 내려놓았다. 고민하지 않고 고를 만한 냄비받침을 찾고 싶다. (tmi지만 가격대가 2만원이 넘었던 것 같은데,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1천원도 안 되는 제품도 많았다. 질의 차이가 있겠지만, 여튼 가격대 정말 천차만별)

 

주방에서 작은 수건을 걸어둘 만한 틀도 갖고 싶다(이름을 뭐라 부르지, 이걸?). 얼마 비싸지도 않은데 고민하고 있는 건 우리 집에 놨을 때 이게 깔끔해보일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게 깔끔하지 않을까. 좀 번거롭지만 욕실을 들락거리며 수건을 쓰는 게 나을까. ㅠㅠ 

속이 다 보이는 메시백도 예뻐서 담아둠. 그냥 여름에 가볍게 들고 다녀도 좋을 것 같고, 인테리어 책 같은 걸 보면 질감은 조금 다르지만, 양파나 과일 같은 것도 담아서 보관하기도 하더라. 이쁘긴 한데, 음식은 사두면 썩기 바쁘니 제대로 활용할지 몰라 일단 keep.  

 

띵굴스토어를 돌아보고 나니 5시. 맞은편에 피자 시즌이라는 피자집이 있었는데, 브레이크타임이 지나고 5시에 재오픈해서 빈 테이블에 가서 바로 앉았다. 인테리어가 젊고, 감각적인 느낌이었다. 테이블마다 짐보관용 바구니가 있었는데, 그런 게 참 좋았다. 

 

그런데 콜라, 사이다는 3천원인가 했는데 눈앞에 매장용 캔으로 주니 김이 샜다. 콜라를 박스째 인터넷에서 시켜먹는 나에겐 넘나 가성비도 떨어지는 일. 게다가 음료를 플라스틱이나 유리 컵이 아닌 일회용 컵 같은 데다 줘서 너무 패스트푸드점 느낌 아니냐고요..ㅠㅠ 

 

피자는 대체로 2만원 중후반대. 하프&하프도 2천원 추가금액을 내면 가능. 이곳의 시그니처라는 머쉬룸&에그 피자랑 쉬림프 로제를 주문했다. 잠시 후 나온 실물에 머쉬룸&에그가 이곳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다른 곳에서 굳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친구와 농담을 했다. 맛은 예상보다 괜찮았지만, 둘 다 다시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가성비가 너무..). 쉬림프 로제도 너무 비주얼이 비어 보인달까.

 

(많이 먹긴 했지만) 우리의 목적이 먹는 게 아니고, 이야기여서 괜찮았지, '맛' 중시하는 임뚱하고 왔으면...

 

1층에서 드디어 벗어나서 2층으로 이동. 아크앤북 맞은편에 보이는 성수연방 로고. 

 

지난번에 이어 또 다시 방문한 아크앤북.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 사이 문구류가 있던 한쪽 공간의 인테리어도 좀 바뀌었다. 아크앤북하고 좀 통일성 있게. 그리고 여기에 책들도 진열. 문구류가 너무 비싸서, 규모를 줄이고 이쪽에 책이 진열된 것 아니냐는 온갖 추측을 친구와 나누었다. 카드 하나가 7천원인 거 너무 비싸..ㅜㅜ 

 

친구랑 그리고 서점의 책들을 천천히 구경. 여기는 공간이 협소하고, 책을 '읽기'보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독서엔 적합하지 않은 구조다. 좀 읽을까, 하면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자리를 피해주어야 한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래도 북큐레이션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 많아서 보는 데에 즐겁다. 이것도 지난번과 같은 생각일지도. 대형서점과 큐레이팅이 달라서 처음 보는 책들이 많았는데, 그중 궁금했던 '중년충격'이라는 책. 

 

마지막은 3층의 천상가옥. 지난번 여기까지는 못 왔어서 궁금했던 공간. 밤이었는데도 사람이 많아서 생각했던 것보다 북적였다. 빈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다 조명도 채 받지 못하는 구석에 앉았다(바깥에 앉기엔 좀 추웠다).  

 

자리 선정은 실패했지만, 맛은 실패하지 않았다. 빵은 다른 곳에서 공수해온다더니 적당히 부드럽고 달달해서 아메리카노랑 먹으면 괜찮더라(패스트리 성공). 커피는 두 종류인데, 산미 없는 것으로 고를 수 있었고, 살짝 부담스러운 건 주문하면 직원이 나중에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이런 거 쑥스럽.. 그래도 직원분이 친절하셔서 다시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나오니 밤. 성수연방에서만 6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수다도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