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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 빌 헤이더, 안나 페리스

아주 오랜만에 <출발! 비디오 여행>을 보는데, 영화 대 영화인가? 그 코너에서 김경식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라는 영화를 소개했다. 2009년 개봉했던 영화로, 영화 자체는 처음 들어보는 건 아니었지만, 소개가 너무 찰지고 스토리도 재밌어 보였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찾아봤더니 딱 있어서 요즘 마땅히 보고 싶은 것도 잘 없었던 차에 잘됐다, 싶어 보기 시작했다. 

 

배경은 먹을 거라곤 정어리밖에 없는 작은 도시 '꿀꺽퐁당 섬'이다. 이곳의 괴짜 과학자 '플린트'는 만드는 것마다 허술해 이웃들의 골칫덩이로 인식되는 인물. 그러던 그가 처음으로 제법 쓸모있는 '슈퍼음식복제기'를 발명하고, 하늘에서 햄버거를 비처럼 내리게 만든다. 맛있는 음식을 맛본 사람들은 플린트를 인정하고, 섬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시장도 계속해서 맛있는 음식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햄버거, 와플, 치킨, 젤리, 아이스크림 등 매일 천국처럼 음식이 쏟아지는 섬의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낳고, 여기에 이 섬에서 기상캐스터로 데뷔한 '샘'도 일조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플린트는 처음으로 받는 관심에 점점 우쭐하고, 아버지는 그런 그가 걱정스럽다. 게다가 시간이 지속되자 슈퍼음식복제기는 말썽을 일으키고, 거대한 음식이 내리는가 하면, 토네이도도 일으킨다. 뒤늦게 이 소동을 해결하기 위해 플린트, 샘, 그리고 아기 모델이었던 '베이비 브렌트'는 기계를 찾아서 하늘로 향하게 되는데, 거기서도 우여곡절이 벌어진다. 하지만 애니답게 결말은 해피엔딩. 

 

이번 영화를 보면서 아이 같은 상상력에 가장 감탄을 했던 것 같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는 유쾌한 아이디어를 이렇게 끌어올릴 수 있다니, 하는. 잠을 자고 아침에 눈을 뜨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으로 눈 덮이고, 손으로 접시를 들면 그 위로 스테이크가 척척 올라오는 그런 상황. 한번쯤 그리는 판타지를 제대로 그린 게 아닌가 싶다(다만, 어른 관점으로 저 음식물 쓰레기는 어떡하나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닌..). 

 

영화에서 몇몇 기억 나는 장면들이 있는데, 하나는 플린트의 부탁으로 아버지가 컴퓨터 파일을 보내줘야 했던 장면. 마우스조차 움직일 줄 모르면서 아들의 부탁에 무조건 '하겠다'라고 대답하고, 그걸 지켜주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 묵묵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대로 전달됐던 장면이었다. 이것과 동시에 아들의 생일에 맞춰 아이스크림을 내리게 해달라고 했던 경찰 아버지도 기억에 남는다. 

또, 기상캐스터였던 샘이 남들의 시선에 맞춰 외모를 가꾸다가,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던 장면도 인상적. 그녀와 별개로 뉴스 앵커는 그녀의 모습을 놀렸는데, 그게 참 시사했던 바가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귀여운 상상력으로 보는 내내 어쨌든 미소 짓게 만든 재밌는 영화였다(참고로 영화 대 영화에서 나온 설명이 영화의 80% 이상은 됐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