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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무간도》- 양조위, 유덕화, 황추생, 증지위

웬만해선 같은 영화는 다시 보지 않는 편인데, 넷플릭스에 딱히 보고 싶은 게 없어서 <신세계>를 다시 한번 봤다. 다시 보면서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나서 조마조마 하면서 다 봤는데, 그 뒤로 <무간도> 생각이 났다. <무간도>는 아직 본 적 없는 영화였으나, <신세계> 개봉 당시 후배가 "신세계가 무간도 리메이크작인 줄 알았어요"라는 말에 궁금해졌던 탓이다. 

알고 보니 리메이크작은 아니었던데, 대체 어느 정도였길래 후배는 내게 그렇게 말했던 걸까. 그날 바로 <무간도>를 넷플릭스에 검색해봤으나 올라와 있질 않았다(콘텐츠가 많다 하면서 은근히 없는 게 넷플릭스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무간도>가 떴다. 2, 3편이나 외전은 없고 딱 1편만. 

 

그다지 영화 볼 기분은 나지 않았는데, 몇 년 동안 궁금했던 <무간도>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홍콩 느와르의 역작이요, 양조위, 유덕화 출연이니 금세 빠져 들기에 충분했다. 느와르는 홍콩이라더니, 영화 배경으로 흘러넘치는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무간도>는 2002년작이고, <신세계>는 10년 뒤에 나온 2012년작이다. 개봉 당시엔 왜 사람들이 "무간도, 무간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보고 나니, <신세계>가 왜 그리 비판을 받았는지 알 만했다. 상황, 대사 등이 너무 비슷... 결론만 말하면 <무간도> 압승..ㅠㅠㅠ 

 

<신세계>는 경찰이었던 이자성(이정재)이 경찰청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에 의해 조직에 잠입수사를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8년이 흐른 시간 동안 이자성은 조직의 실세인 정청(황정민)의 오른팔이 되고, 그와 우정을 쌓는 한편, 경찰인 강과장은 작전의 성공만을 강요한다. 조직 vs 경찰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자성은 결국, 경찰의 지위를 버리고 조직의 1인자가 되어버린다. 

 

이와 비슷한 <무간도>는 더 복잡하다. 진영인(양조우)는 조직의 스파이가 되고, 유건명(유덕화)는 경찰의 스파이가 된 것. 각자 서로의 신분을 들키지 않으면서 조직의 의무를 다 해야 하는 둘은, 다른 목표지만 비슷한 인생을 산다.

10년도 된 영화니까 결말을 이야기하면, 조직의 보스가 경찰 간부인 황국장을 죽이고, 조직을 배신하고 경찰로 살기로 한 유건명이 보스를 죽인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진영인의 경찰 기록을 삭제하고 그를 쫓고, 그때 같이 경찰에 잠입해 있던 후배가 결국 진영인을 죽이고 만다. 진영인은 죽었으되 편안한 마지막을, 유건명은 살아있으되 지옥인 삶을 산다. 

 

<무간도> 상황이 더 극적이다 보니 두 남자의 숙명(?) 같은 게 더 잘 그려지는 느낌이었다(영화 전반의 흐르는 분위기가 한몫하기도). 화려한 액션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느낌인데, 몇 번 나올 때마다 그 장면이 잔상에 오래 남는 듯하다. 특히 엘리베이터 총격신. 마지막에 발에 부딪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을 때 느낌.. 여러 번 각자의 입장에 맞게 생각지 않은 반전도 많아서 엥? 엥? 하다가 오...! 이러고 끝나는 느낌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와르. 왜 시간이 지나도 찬양받는지 알 만한 영화다. 이걸 이제야 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