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 조정석, 임윤아,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우연히 무료 티켓이 생겨서 보게 된 한국영화 <엑시트>. <건축학개론>에서 완벽한 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조정석과 <공조>에서 현빈에게 능청스럽게 대시하던 윤아의 만남인 코미디 재난 영화라 어떨까 싶었는데, 결론적으론 괜찮았다. 흔치 않은 '재난 영화'라기에 어설프지 않을까 싶었는데, 가스 유출이라는 소재도 무리 없었던 것 같고, 두 사람의 코믹 연기는 이제 안심하고 봐도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거기에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등 연기 잘하는 조연 배우들이 든든히 받쳐주어서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영화가 탄생한 것 같다. 간만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 만족만족-. 

 

<엑시트>는 대학 산악 동아리 선후배인 용남(조정석)과 의주(윤아)가 주인공. 용남은 대학 시절 의주에게 고백을 했으나 차였던 전력이 있고, 그 뒤로 몇 년이 흐른다. 용남은 취업 실패로 백수로 살고 있고, 의주는 연회장 직원으로 일하는데, 용남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계기로 둘은 재회한다. 좋은 분위기도 잠시, 갑자기 의문의 가스가 도심에 피어 오르고, 일대는 혼돈에 휩싸인다. 일단 용남 가족과 연회장 직원들은 연회장 옥상으로 대피하려 하는데, 위기가 찾아오고.. 이때부터 두 주인공의 도심 속 대탈출이 시작된다. 

 

처음 영화를 보기 전 <엑시트>에 대한 느낌은, 영화보다 드라마에 더 어울리는 배우들이라 흥행할 수 있을까 였다. 하지만 찰떡 같은 케미로 개봉 후 금방 입소문이 나서 벌써 600만을 목전에 둔 상황. 개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딱히 경쟁작이라 할 만한 작품도 없어서 이대로 승승장구할 모양새다.

<엑시트> 이전에 빵 터졌던 <극한직업>도 같은 코미디라 같이 언급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은데, 둘의 방향성은 전혀 다른 느낌. 둘 다 재밌게 본 영화라 어떤 게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엑시트>의 참신한 소재,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러닝타임 동안 한 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했던 것 같다(감동도 있다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감동은 사실 잘 모르겠...). 

 

영화 초반 용남이 건물의 옥상 문을 열기 위해 창을 깨버리고, 건물을 타고 오르는 장면이 있다. 이게 영화의 메인은 아닐 테니, 당연히 무사히 올라갈 텐데, 심장이 쫄깃쫄깃해서 긴장감이 up. 이 외에도 따따따따따~ 하고 SOS를 외치는 장면, 화살표로 학생들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장면, 의주가 살고 싶다고 우는 장면, 같이 종량제 봉투를 덧씌우고 움직이는 장면, 영화 후반부쯤 둘이 손을 잡고 미친듯이 뛰던 장면….  등등 명장면의 향연. 

 

두 배우 다 너무 잘 뛰고, 잘 올라가서 체력적 소모가 엄청나게 커 보였는데, 어떤 기사를 보니 윤아의 체력이 조정석만큼 좋았다고, 말랐는데 대단. 거기다 특히 윤아가 예뻐 보이려고 하지 않고, 다양한 표정 연기를 선보였던 것도 좋았던 부분. 

사실 크게 기대는 안 했던 영화라 그런지 더 만족도가 컸던 것 같다. 간만에 보면서 후련하고, 재난 & 체력에 신경 써야겠다는 깨달음까지 줬던 영화. 재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