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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 김래원, 공효진, 강기영, 정웅인, 장소연

통신사에서 월 1회에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볼만한 영화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이런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로코 장르인 데다, 김래원, 공효진 조합의 제대로 어른 연애를 보여주는 영화가 나타났으니, <가장 보통의 연애>가 그것이다.

 

처음엔 백영옥 작가의 <아주 보통의 연애>를 떠올리며(스토리는 기억 나지 않으나) 그것과 관련이 있나? 했는데 관련은 1도 없는 것. 그저 결혼을 앞두고 파혼해버리고 세상 찌질하게 사는 남자 재훈(김래원)과 연애 좀 해봐서 웬만한 연애에는 내성이 생긴 여자 선영(공효진)의 로맨스다. 

 

제목만 두고 봤을 때는 (나는 좋지만) 잔잔해 보여서 임뚱이 같이 보자고 해도 좋아할까, 싶었는데 역시나 반응은 미적지근. 혼자라도 볼 요량이었다가, 결국 같이 보게 됐고 영화는 잔잔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거침 없이, 찌질, 솔직해서 결론은 둘 다 대대대만족-.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의 영제를 보니 Crazy Romance. 

 

확실히 제작비는 별로 들이지 않은 영화인 것 같았는데, 연기력과 시나리오로 정말 하드캐리하면서 끌고 가는 영화. 로코를 좋아하지만 잘 만든 로맨스 영화를 것도 한국영화를 만나기는 솔직히 어려운 편. 영화를 보면서 같이 떠올렸던 영화는, 김민희 이민기 주연의 <연애의 온도>.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지 않고 살짝 찌질한, 현실적인 로맨스여서 그랬던 것 같다.  

 

영화 시작부터 헤어진 전 여친에게 '자니?'라고 카톡을 남기는 남자 재훈. 이때부터 공감 코드와 과장되지 않은 유머코드는 관객들의 반응을 꽤 높였다. 초반 영화를 볼 때 관객의 반응은 피식피식, 이런 거였으면 중후반부터는 완전히 빠져들어 웃고, 공감하는 분위기. 

 

재훈과 선영의 아슬아슬 밀당은 언제나 옳았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아래 선영의 대사. (이것말고도 너무 많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걸레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게 첫 번째 헤어졌을 때부터야 남자들은 섹스 한번 못해 본 그놈의 첫사랑썅년들만 사랑인 줄 알지." 

 

김래원과 공효진 조합도 너무 좋았지만, 은근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인물이었던 강기영. 나올 때마다 존재감 무엇..? 나이 어린 여친과 헤어지고서 고주망태가 됐던 이자카야 씬, 담배를 끊기로 했다면서 연기를 내뿜던 씬, 다같이 노래방 회식 씬에서도 너무 돋보여서 놀람. 예전에 <오 나의 귀신님>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봤는데, 연기 내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하구나, 싶었다. 

 

영화를 살린 건 괜찮은 시나리오, 그리고 역시나 배우들. 강기영, 정웅인, 장소연 등 믿고 보는 배우들 많아서 한 씬 한 씬 소중-. 일 많은데 등산 데려가고(사장 혼자만 신남), 카톡 방 따로 만들고, 월급 올려달라고 아우성치는 작은 회사의 생활 너무 찰떡으로 그려낸 것.

 

그중 선영이 유부남 상사를 꼬셨다고 하는 카톡 뒷담화 때의 "그 방이 아니라고 등신아!"라고 외쳤던 장소연 님의 대사 왜 이렇게 안 잊히는지..? (게다가 드라마 <마을>을 재탕한 지 얼마 안 돼서 더 반가웠고) 

 

영화를 보고 임뚱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공효진의 존재감'에 대해서 둘 다 의견 일치. 스타일링이며, 센 대사를 무겁지 않게 전하는 노련함이며, 사랑스러움이며 <가장 보통의 연애>의 선영은 공효진 아니고서는 누가 했을까 싶을 정도. 원래 좋아했지만 영화를 보고 더 좋아진 것. 

 

실제 공효진이 찍은 이번 로코물 영화는 두 번째라고. 첫째는 하정우와 찍었던 <러브픽션>, 그리고 이번. 드라마에서 많이 찍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좀 더 다양한 캐릭터를 하려고 하는데,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서 이대로만 찍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안목 너무 탁월. 

 

평점이 좋더라니, 오랜만에 로코가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사도 언뜻언뜻 보인다. 입소문 나서 선영+재훈 찌질로맨스 모두 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