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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 : 망원동, 라구식당, 마핑파, 호계식

일상 : 망원동, 라구식당, 마핑파, 호계식



지난 삼일절. 휴일이 금, 토, 일 연속인 날이라 부담이 없어서 친구들하고 만나기로 해두었다. 장소는 망원동. 많이는 들어봤지만 실제 가본 적은 별로 없던 동네. 그래서 전날 갈 만한 곳을 카톡으로 링크도 보내고 의욕을 보였지만, 막상 어딜 갈지까지는 정해두질 않아서 헤매는 건 똑같..ㅎ 그나마 전날 동네에 뭐가 있는지는 살짝 알아두어서 문구숍, 카페, 소품숍 같은 것들이 많이 있구나, 하고 알게는 되었다. 


약속 때에 딱히 음식점을 가리는 편은 아니어서(얼굴 보는 게 더 중요) 셋이 만났지만, 식당은 빠르게 결정했다. 미세먼지가 쩌는 날이어서 망원역이랑 가깝고(2번출구), 메뉴도 괜찮아 보이는 '라구식당'으로. 가게는 지하에 있었다. 




'라구식당'이 왜 그런 이름인지 몰랐는데, 메뉴판을 보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이탈리아 전통 가정식 소스인 '라구'를 바탕으로 한 메뉴들만 있었기 때문. 그래서 어떤 걸 먹을까 고를 필요도 없이, 샐러드, 라구 라자냐, 라구 파스타, 바게트빵으로 골고루 시켰다. "여기서부터 여기 다 하나씩 주세요" 하고 말했는데, 뭔가 드라마에서 재벌들이 "여기 있는 옷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연상이 되었다. 


소스 자체가 크게 바뀌는 것 없는 메뉴들이어서 그런지 메뉴는 금방 나왔다. 배고팠는데 잘됐음. 




치즈가 많은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집에서 제일 맛있었던 건 의외로 라자냐. 라자냐랑 바게트빵이랑 먹으면 조합이 꽤 괜찮다. 배고팠던 것도 맞지만, 맛있어서 내가 여기서 제일 많이 먹은 것 같다. 다만, 샐러드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비주얼이 좋거나 하지는 않았던 걸로. ㅎㅎ 




애들이랑 식사 배는 채웠고, 얘기를 하는데 끝이 없어 아무래도 장소를 옮겨서 길게 얘기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카페를 찾으려고 했는데, 휴일이라 그런지 카페가 많은 동네임에도 불구하고, 앉을 데가 좀처럼 없었다. 셋 다 이 동네 사람은 아니니 이왕이면 여기에만 있는 카페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더 찾기 어려웠음. 


카페를 찾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가게들이 눈에 띄였다. 이날 많은 가게를 돌아다녔지만, 제일 취향에 맞았던 곳은 '브라와'라는 인도네시아 소품숍. 자연 친화적인 소품들이 많아서 보자마자 감탄하고, 사진까지 제대로 남겨두었을 정도. 4월에 푸껫 여행을 갈 생각인데, 발리로 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담에 여긴 꼭 다시 오고 싶은 곳- 




문구숍들도 유명해서 이것저것 둘러보았다. 인형이나 기타 굿즈 들이 많은 장난감 매장 같은 곳도 있었고, 스티커, 메모지, 문구류 중심의 가게도 있었다. 문구 제품을 좋아해서 전날 찾아보고 기대를 했는데, 바로 카드를 긁을 만큼 내 맘에 끌리는 제품은 별로 없었다. 좀 귀여운 유의 제품들이 많아서.. ㅠㅠ 깔끔하고, 오래된 전통 브랜드라기보다 인스타쪽에서 흥해서 오프라인에 들여온 느낌의 제품들이 많아 보였다(내 기준). 그래서 대충 돌고, 카페를 찾아 헤맸는데, 자리가 없어서 시장에도 들러서 구경하고, 미세먼지 속에서 계속 걸어다녔다^^; 




몇 바퀴는 돈 것 같은데, 괜찮은 카페를 발견하지 못해서 우리는 이제 택시를 타고 합정으로 넘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때에 이르렀다. 넘어가자고 말하고, 눈앞에 바로 2층 카페인 '마핑파'가 보여서 혹시나, 하고 들렀는데 자리가 있었다! 여기에 자리가 있었을 때 정말 얼마나 좋았는지. 


인스타에서 유명한 카페들도 검색해서 찾아갔었는데, 자리는 좁고, 사람들은 미어터지고, 지하에 있어서 답답하고 이런 곳들만 있다가 이렇게 넓은 카페를 만나서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거기다 카페가 깔끔한 분위기의 소품에, 우드 톤, 좋아하는 분위기의 잡지와 책이 있어서 더 맘에 들었다. 메뉴를 골랐는데, 잔세트도 너무 예쁘고, 맛도 있었다. ㅠㅠㅠㅠㅠㅠ 세상에 너무 맘에 드는 카페. 




솔직히 여기 카페 맛 없어도 분위기만으로 괜찮다고 생각했을 텐데, 맛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사장님들도 친절했고, 더구나 넓어서 눈치 보지 않고 낮부터 밤이 다 될 때까지 떠들 수도 있었고. 보니까 여기가 브런치 맛집으로도 유명한 것 같던데, 망원에 온다면 여기는 진짜 또 오고 싶다. 이런 카페 있는 망원 사람들 부러움. 




이날 너무 많은 얘기를 했으므로, 카페에서 헤어질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늦어버려서 '간단히 저녁 먹고 갈래?' 해서 먹을 곳 찾다가 온 곳이 '호계식'이라는 이름의 식당. '간단히'가 무려 요 정도. 일본식 느낌의 가게로 테이블 말고, 바 자리가 주로 있던 걸로 기억. 혼자 와서 먹기에 괜찮아 보였고, 닭온반을 먹었는데 든든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맛있었던 따뜻한 한 끼. 셋 다 만족스럽게 먹음. 



이날 카페랑 저녁 식당은 인스타나 블로그로 찾다가 지쳐서, 그냥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가자, 해서 갔는데 오히려 더 괜찮은 곳을 발견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목적이 아니면 인스타로 맛집 찾는 건 솔직히 모르겠다. 정말 맛있었던 집도 없었거니와 가게 너무 좁고, 서비스도 그냥 그랬던 것 같아서. 먹는 건 끌리는 대로 가는 게 편하고, 더 낫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