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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출판일상

서점에서 자주 보이는 일러스트 책 표지들

요즘 서점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분야의 책은 ‘에세이’다. 대체로 그 에세이들은 ‘나’와 ‘위로’의 키워드를 내세운, 부드럽고, 따듯한 분위기의 책들이 대다수. 이런 책의 성격을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서 출판사에서는 일러스트 그림을 표지에 사용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책 여기저기에 자주 보이는 일러스트가 있어서 모아봤다. 모아 보니 정말 에세이에 일러스트를 쓰는 게 대세는 대세인가 보다 싶다. (이 외에도 자주 보이는 일러스트가 있는데,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름을 몰라서 이쯤에서 마무리)



○ 드로잉메리 

어깨를 넘긴 긴 머리의 여성을 그린 부드러운 색감의 일러스트는 일러스트레이터 드로잉메리의 작품. 2017년 휴머니스트 출판사 <작은 여행, 다녀오겠습니다>의 표지를 작업하고, 이어 같은 출판사의 <Merry Summer>(2018.7), <Merry People>(2018.12)이라는 이름의 컬러링북을 냈다. 그리고 허밍버드의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2018.9), 알비의 <혼자가 익숙하지 못한 사람(2018.10)도 냈다. 이것 말고도 2019년 1월, 쌤앤파커스에서 낸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라는 책에도 일러스트를 실었는데, 이건 좀 다른 스타일. 트레이드마크인 긴 머리 여성 대신 좀 더 거친 느낌의 여성을 그렸다. 비슷한 유의 표지가 자주 나와서 피하는 것인지, 책의 성격에 따라서 바꾼 것인지는 알 수 없음.   



○ 댄싱스네일

예전에도 표지의 일러스트가 이렇게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는지 모르겠으나, 요즘엔 확실히 대세는 대세. 그중에서도 일러스트레이터 댄싱스네일의 그림은 썼다 하면, 곧장 베스트셀러로 직행이다. 주로 일상에서의 여성의 모습을 그렸는데, 새빨간 두 볼이 특징. 대표작으로는 1인출판사지만 엄청난 판매량을 보여준 흔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018, 6)와 아르테 출판사에서 나온 백영옥 작가의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2018.10)가 있다. 

최근엔 이러한 커리어를 바탕으로 아예 표지 작업만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에세이도 출간했다. 허밍버드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2019.2)가 그것. 



○ 셔터스톡 업로드 이미지

앞의 일러스트들도 대단하지만, 솔직히 이 일러스트의 존재감은 따를 수가 없다. 셔터스톡에 업로드되었던 그림으로, 일러스트가 다양한 데다 에세이, 자기계발, 학습서 어디에 써도 찰떡 같이 어울려서 많은 출판사에서 사용했다(무려 30종 정도가 출간되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이렇게 많이 사용된 데에는 우선 일러스트 자체가 귀엽고, 친근하기 때문일 테다. 거기다 기존의 일러스트 표지 작업 방식이 원하는 그림을 출판사에서 따로 의뢰하는 거라면, 이건 이미 그려져 있으니 원하는 대로 골라서 바로 쓸 수 있다는 편리함이 주효했다고 본다. 그동안은 무료 이미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포스팅을 위해 찾아보니 일러스트레이터 집단 miniwide 소속 디자이너 박가을 님의 그림이라고. 




+덧

나만 해도 텍스트만 있는 것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인 표지가 더 좋다. 수많은 책들과 경쟁하며 독자들의 눈에 한 번이라도 더 띄길 바라는 출판계의 바람이 있으니 일러스트 표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표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양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좀 우려가 된다. 처음엔 독자들이 흥미로워해도, 점차 책마다의 차별성이 사라지면서 '굳이 사야 될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나만 해도 슬슬 그게 그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분명 다른 주제, 다른 작가의 책인데 다 똑같은 표지라니, 안 그런가?)

그런데 이걸 책을 만드는 사람들(편집자)만 탓하기도 어렵다. 내 생각에 (궁예지만) 마지막 셔터스톡 이미지가 가장 많이 나오게 된 데에는, 표지가 쌈빡하게 눈에는 띄어야 하고, 일러스트 의뢰할 시간은 없고, 또 비용도 절감해야 하니 이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원고만 보기에도 바쁜데, 퀄리티까지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편집자 외 관계자들의 마음은 오죽할까.